
SWEET
옛것은 새롭게, 새로운 것은 특별하게
여행
월간 <SWEET>
옛것은 새롭게, 새로운 것은 특별하게 / 포항




포항은 누군가에게는 포스코와 포항공대 등 철강과 첨단 기술로 유명한 도시이고, 누군가에게는 새해의 빛이 가장 먼저 닿는 호미곶의 고장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과메기와 대게를 놓칠 수 없는 맛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 중에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그 외에도 포항은 꾸준히 변화하고 발전하며, 동시에 보존하고 지켜가는 것도 게을리하지 않는 도시이기도 하다. 1백여 년 전 조그마한 항구에서, 21세기에는 중공업과 첨단을 상징하는 도시로 변모한, 포항의 2020년대 버전 여행을 떠나보자.
호미곶
포항 여행의 출발점으로도, 하루 또는 한 해의 시작으로도, 그리고 무엇을 시작하던 마음을 가다듬고 새롭게 다짐하기에 호미곶만한 곳은 없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동쪽에 자리 잡은 호미곶은 울릉도와 독도를 제외하면 새롭게 뜨는 해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 덕분에 새해만 되면 호미곶에서 첫해를 맞이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꼭 새해가 아니더라도 1년 내내 호미곶에서는 일출을 보려고 전국에서 새벽부터 부지런히 달려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새 천 년을 앞둔 1999년에 완공된 ‘상생의 손’ 동상은 호미곶의 상징이 되면서 호미곶을 더욱 널리 알리고 있다. 바닷속에 들어간 오른손과 육지에 세워진 왼손이 한 짝이다. 호미곶을 방문한 사람들이 남기는 ‘인증샷’에도 ‘상생의 손’은 절대로 빠질 수 없다.
혹여나 일출을 놓쳤더라도 좌절하지 말자. ‘호미곶해맞이광장’에는 새천년기념관과 국립등대박물관 등 다른 볼거리도 풍부하다. 2004년 2만여 명분의 떡국을 끓였던 전국 최대의 가마솥도 볼 수 있다. 포항은 늘 그렇게 손이 커서, 2002년에는 한국 최대 크기의 축구공을, 2006년에는 초대형 태극기를 제작해서 호미곶에서 공개한 전력도 있다. 무엇보다 때와 날씨를 가리지 않고 한반도 끝에서 동해를 마주하는 감동은 항상 거대하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
포항 구룡포는 일제강점기에 동해 최대의 어업전진기지가 되면서 1923년 이후 일본인 인구가 급격하게 늘었다. 그때 조성된 일본인 집단거주 지역의 중심이 지금의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이다. 광복이 되고 세월도 많이 흐르면서 오래된 건축물들은 하나씩 사라졌지만,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2011년 포항시에서 28동의 건물과 남은 유산들을 정비해서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로 조성했다.
‘구룡포 일본인 가옥거리’는 예전 세대에게는 ‘여명의 눈동자’ 촬영지로, 요즘 세대에게는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 동백이(공효진)가 운영하던 ‘까멜리아’와 동백이의 집 등 드라마에 등장했던 여러 흔적을 지금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동백이와 황용식(강하늘)이 앉아 있던 가파른 계단은 드라마의 상징이자 구룡포의 상징이 되었다. 이 계단은 일본인들이 구룡포 언덕 위에 공원을 조성하면서 함께 만든 것이다. 지금 구룡포 공원에는 순국선열들을 기리는 충혼탑과 충혼각이 세워져 있으며, 구룡포항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도 하고 있다.
일본인 가옥거리 내 구룡포 근대역사관에서는 일제강점기 일본 가족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근대역사관 건물은 1백 년 전 구룡포에서 선어운반업으로 큰돈을 번 하시모토 젠기치의 주택이었다. 광복 후 그의 가족이 떠난 후에는 한국인이 거주하기 시작했으며, 2010년 포항시에서 매입한 뒤 정비를 거쳐 근대역사관으로 문을 열었다.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은 삼국유사에 나오는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바탕으로 꾸민 공원이다. ‘연오랑세오녀’ 설화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해와 달의 기원을 설명하고 있는 일월신화이다. 신라 아달라왕 4년(157년) 포항 바닷가에는 연오와 세오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부부가 신비로운 바위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 왕과 귀빈이 된 후 신라는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 하지만, 세오가 짜서 보낸 비단으로 제사를 지낸 후 다시 빛을 찾았다고 한다.
설화에 따라 한국뜰과 일본뜰이 나란히 세워졌으며 철예술뜰, 쉼터, 전망 누각, 그리고 신라 시대의 마을도 재현해 놓았다. 공원을 따라 다양한 산책길도 조성했는데, 어디에서든 탁 트인 동해를 원 없이 즐길 수 있다. ‘귀비고’는 연오랑세오녀와 관련된 전시와 체험 중심의 전시관이다. 귀비고는 세오녀가 짠 비단을 보관했던 창고의 이름에서 가져왔다. 2층 카페 실내에서, 또는 옥상정원 야외에서도 마음껏 쉬어갈 수 있다.
포항철길숲
포항철길숲은 2015년 포항역을 지금의 KTX 역으로 이전하면서 폐쇄된 철도 구간을 철길숲으로 조성한 긴 공원이다. 효자역에서부터 옛 포항역 사이를 잇는 철길숲은 길이가 4.3km에 달하며 모두 4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긴 공원이기 때문에 시작점과 끝점을 어디로 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철길을 따라 다양한 테마의 공원들이 조성되어 있는데, 주로 철도나 철강에 관련된 것들이 많다. 철로를 그대로 둔 곳이 많아서 옛 철도의 낭만과 추억을 지금도 느낄 수 있다.
철길숲을 따라 걷다 보면 한쪽에는 큰 도로와 빌딩, 그리고 한쪽에는 버려진 폐가와 밭이 마주하고 있는 지점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철도가 도심을 가르면서 장벽이 되고 교류를 가로막은 탓이다. 이제 철길이 사라지고 공원이 들어서면서 주변 지역은 빠르게 활기를 얻고 있다. 특색 있는 카페와 상점, 그리고 맛집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포항 시민들을 물론 철길숲을 찾는 관광객의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주민이든 관광객이든, 포항철길숲은 이곳을 찾는 모든 이에게 휴식과 여유를 선물하고 있다.
산림조합 숲카페
‘숲카페’는 포항시산림조합에서 운영하는 온실 카페이다. 1층은 화초, 꽃, 선인장 등 산림조합에서 판매하는 임산물전시판매장을 겸하고 있으며 2층에서는 온실 유리 천장 가까이에서 1층을 조망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자리들이 마련되어 있다. 온갖 식물들에 둘러싸여 실내에서도 밝은 햇살을 받고 있다 보면, 카페라기보다 식물원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숲카페’가 자리한 건물에는 카페 외에도 포항에서 재배된 지역농산물을 파는 ‘로컬푸드 직매장’과 지역농산물로 만든 요리를 선보이는 한식뷔페 ‘숲마을’도 있다. 뷔페에서 식사를 즐긴 후 ‘숲카페’에서 쉬어도 좋고, 나오는 길에 마트에서 신선한 식재료까지 가득 담아서 돌아오면 완벽한 코스가 된다. 외부에는 아이들이 놀기 좋은 놀이터를 겸한 산림문화광장도 있고, ‘숲카페’의 인기에 힘입어 들어선 고급 바비큐 식당까지 새로 들어서, 전체가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온 가족이 함께 다녀오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스페이스워크
최근 포항에서 최고의 인기 방문지이자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른 것은 단연 스페이스워크이다. 스페이스워크는 포스코가 독일의 세계적인 예술가 듀오인 하이케 무터·울리히 겐츠 부부와 함께 2년 넘게 공들여 제작한 거대한 예술조형물이다. 포스코에서 117억 원과 철강재 317t을 들여 제작했고, 트랙의 전체 길이는 333m, 가장 높은 지점의 높이는 25m에 이른다. 제작 후 포스코는 스페이스워크를 포항시에 기증했으며, 포항시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무료로 개방해서 운영하고 있다.
스페이스워크는 2021년 11월 개장 이후 채 1년도 되지 않아 100만 명이 방문할 정도로 바로 명소로 등극했다. 아래에서 보아도 위에서 내려다보아도, 멀리서도 가까이서도, 낮에도 밤에도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면서, 동시에 직접 걸어 올라가 볼 수 있는 체험시설인 점이 큰 역할을 했다. 트랙에 올라서면 처음 맞이하는 갈림길에서 2가지 코스 중 하나를 선택, 혹은 둘 다 도전해 볼 수도 있다. 예술조형물 위에 오르는 것 자체가 신선한 경험이고 도전이지만, 스페이스워크 위에서 영일대와 영일만, 그리고 포항제철과 포항시를 바라보는 경험만으로도 많은 것을 감수하고 오른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스페이스워크의 전 구간을 다 밟아보는 것은 꽤나 어려운 도전이 될 수도 있다. 웬만큼 높이에 자신이 없다면 오르기 전에 도전을 가벼이 여기거나 동행인에게 섣불리 허세 부리지 않기를 권한다. 포스코에서 강풍과 지진 6.5진도도 견딜 수 있도록 안전하게 제작했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구조물이 제법 흔들리기 때문이다. 시에서도 최대 인원을 150명으로 제한하고 있고, 강우나 강풍 등 기후에 따라 출입을 차단하고도 있다. 신장 110cm 이하의 어린이도 키가 더 크기 전까지는 당분간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