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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Flex TV>

스트리머와 연예인, 사라지는 경계

아이들은 더 이상 대통령이나 과학자를 꿈꾸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대통령이나 과학자를 꿈꾸던 앞선 세대도 모두 대통령이나 과학자가 되지는 못했다. 아이들의 꿈과 어른이 되어 부딪히게 될 현실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다만, 현실도 간극도 고려하지 않는 아이들이 동경하는 직업 리스트는 적어도 동시대를 들여다보는데 매우 유용한 거울이 되어준다.

지난해 초등학생, 학부모, 교직원을 대상으로 아이들의 희망 직업을 조사한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올해 초 그 순위를 공개했다. 10위권 내에는 의사와 교사 같은 전통적인 ‘강자’ 외에도 조금 낯선 직업군들도 발견할 수 있었다. 순위 7위에는 프로게이머가, 그리고 4위에는 크리에이터가 올라있었다. 둘 다 10년 전에는 순위권에 없었던 직종이다. 

크리에이터는 콘텐츠를 자체 기획·제작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유하며 그들 대부분은 1인이 주도하고 운영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크리에이터 중에도 특히 BJ나 유튜버와 같은 스트리머가 주도하는 인터넷 방송(라이브 스트리밍)에 대한 관심과 산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이미 아이들이나 청소년뿐만 아니라 전 세대 걸쳐 미치고 있다.

인터넷 방송이 필요해

시청자의 관점에서 유튜브, 아프리카TV, 트위치 등의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찾아보는 이유는 다양하다. 주식과 부동산 등 투자정보를 얻기도 하고, 게임과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기도 하며, 때론 자신만의 관심사와 취향에 따라 소속감과 연대감을 생성하는 창구로 삼기도 한다.

그와 비교해 반대의 지점에서 스트리머에 대한 열망을 키우고 궁극적으로 인터넷 방송을 시작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은 역시 돈과 인기다. 물론, 콘텐츠 제작이나 자신의 재능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과정 자체에 열정과 보람을 느끼는 스트리머들도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콘텐츠 제작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힘도 결국은 돈과 인기다.

스트리머를 유혹하는 높은 수익과 인기

지난해 아프리카TV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BJ 박가린은 한 해에만 약 30억 원의 수입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대형 글로벌 플랫폼인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국내 유튜버들의 수입은 이보다 커서, 먹방 ASMR 유튜버인 ‘Jane ASMR’은 2020년 한 해에 57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모두 플랫폼 수수료가 포함된 액수이지만 수수료를 제한다고 해도 엄청난 액수인 것은 분명하다. 이 정도의 대형 스타가 아니더라도 연간 1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스트리머의 수는 적지 않다.

엄청난 액수의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그만한 인기가 전재가 되어야 하는데, 스트리머가 인터넷 방송을 통해 올리는 수입은 그만큼 스트리머의 인기도를 반영하기도 한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보여주는 콘텐츠에 이끌려 모여든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팬덤을 형성하게 된다. 일단 팬덤이 견고해지면 이에 이끌려 더 많은 팬과 수익이 몰려들고, 결국에는 대중과 소비경제가 집중되는 유명인이 된다. 즉, 연예인과 같은 유사한 구조와 지위를 갖게 되는 것이다.

교류하는 텔레비전과 인터넷 방송

그렇다면 이제 인기 스트리머를 연예인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일까? 적어도 인터넷 방송 초기에는 스트리머에게 연예인의 영역은 넘사벽으로 보였고, 연예인 지망생에게 스트리머라는 선택은 나락처럼 여겨졌던 기간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 이후 스트리머의 방송 진출이 늘어나고 반대로 연예인이 인터넷 방송에 도전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연예인과 스트리머의 경계는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인터넷 방송의 인기가 점차 높아지자 늘 새로운 콘텐츠와 포맷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방송사들은 재빠르게 반응했다.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비교적 초기에 인터넷 방송의 포맷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마리텔’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 이후 ‘방송국의 시간을 팝니다’나 ‘채널 소녀시대’와 같은 아류 프로그램들의 실패 이후, 인터넷 방송의 포맷 전체를 가져오는 것보다 그 안의 콘텐츠나 아이디어를 취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인터넷 방송의 포맷과 콘텐츠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스트리머의 방송 진출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JTBC ‘랜선라이프’는 인기 스트리머들을 대거 섭외해서 새로운 스타로 떠오른 그들의 일상이 궁금했던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려고 시도했다. 그밖에도 여러 방송사의 다양한 주제의 프로그램들이 그 성격과 콘텐츠에 맞는 스트리머들을 찾아 경쟁적으로 출연시키기 시작했다. 대도서관, 밥굽남, 쯔양, 입짧은햇님, 빠니보틀, 김계란, 헤이지니 등과 같은 스타급 크리에이터를 이제 방송에서 보는 일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다.

틈새 플랫폼의 도전

스트리머의 활동 무대가 확대되고 방송 플랫폼 간의 경계가 흐려진 데는 사업을 확대하던 OTT(인터넷 영상 서비스)의 역할도 있었다. OTT는 태생부터 기존 방송 시스템과 스트리밍 방송 플랫폼의 중간 정도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OTT는 기존 방송사보다 제약이 비교적 적은 제작 환경을 갖고 있다. 따라서 콘텐츠의 범위와 길이에서 다양한 시도가 가능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콘텐츠와 젊은 세대 유입이 간절했던 OTT는 스트리머들의 출연과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왓챠는 ‘가짜사나이’ 유튜브 채널의 포맷을 그대로 가져와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양어장에서 십수 마리의 길냥이를 돌보는 유튜버 ‘하하하’와 협력하여 ‘하하하 냥이네’ 프로그램을 공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좋좋소’의 경우처럼 여행 유튜버인 ‘빠니보틀’이 드라마의 각본을 쓰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트리머와의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연예인이 된 스트리머, 스트리머가 된 연예인

반대로 연예인의 인터넷 방송 진출도 점차 늘어났다. 초기에는 지상파 방송국들이 하나둘 코미디 프로그램을 폐지하며 무대를 잃은 개그맨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방송과 공연의 기회가 크게 줄은 연예인들이 대거 크리에이터로 나서기 시작했다. 스트리머들과 연예인들이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경계가 희미해지자 심리적 방어선을 지켜왔던 소위 탑급의 연예인들도 팬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터넷 방송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

크리에이터는 엔터테인먼트 관련 콘텐츠의 주축이 되어 수익과 팬을 늘린다는 점에서 연예인과 결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무대가 되는 플랫폼이 다를 뿐이라고 볼 수 있다. 기존 방송계와 인터넷 방송계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연예인과 크리에이터를 구분하는 일도 점차 어려워지거나 무의미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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