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창원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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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창원병원
장기이식센터장(외과) / 조재원 교수

듬직하지만 지나치게 과묵한 장기, 간
피로하다면 정말 간 때문일까요? 광고에서 비롯된 이 유행어는 쉽게 피로를 느낀다면 간 기능의 저하를 의심할만하다는 인식을 퍼뜨렸는데요. 하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간은 기능이 떨어져도 피로한 기색을 쉽게 내비치지 않고, 하다못해 간암이 발병해도 경고조차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인간의 몸에서 가장 큰 장기인 간에는 우리가 통증을 느끼게 할 신경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데요. 이 때문에 질병으로 인해 간의 손상이 진행되고 있어도 초기에는 통증을 느끼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간은 상당 부분이 손상되어도 남은 부분만으로도 정상인 간과 동일한 수준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겉으로 증상이 쉽게 드러나지도 않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부르기도 하죠.
결국, 꾸준한 검진을 받지 않는다면, 간암, 간경화, 지방간 등이 이미 심각하게 진행되어 간이 크게 손상된 이후에나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에라도 낙담하거나 포기하기에는 이릅니다. 간의 일부, 또는 전체를 이식하는 간이식 수술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간이식 수술만 30여 년, 1,800여 건
조재원 교수는 삼성창원병원의 장기이식센터장이자 간이식 수술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1994년, 삼성서울병원이 개원한 이래 간이식 수술을 주도했던 조 교수는, 2023년 삼성서울병원을 퇴임한 뒤 삼성창원병원으로 부임했습니다. 30년간 간이식 수술만 1,800여 건을 수행했지만, 조 교수는 1995년 삼성서울병원에서 집도했던 첫 번째 간이식 수술을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해요.
“밤 10시에 수술을 시작하는데, 당시 삼성서울병원장을 비롯해서 높으신 분들이 다수 오셔서 지켜봤어요. 삼성서울병원이 문을 연 지 이제 두 해째가 되는 때였고, 간이식 수술은 처음이었으니까 다들 기대도 있고 긴장도 하셨겠죠. 수술은 예상보다 빨리 끝났고, 또 잘 마무리됐어요. 그때 수술 받으셨던 분은 지금도 건강하고 멋진 삶을 살고 계십니다.”

1990년대 초, 삼성서울병원은 개원을 준비하면서 의사들을 초빙했고, 선진 의술을 배워 올 수 있도록 이들을 미국으로 장기 연수을 보냈습니다. 조재원 교수도 그때 존스 홉킨스 대학교(Johns Hopkins University)와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교(Virginia Commonwealth University)의 외과에서 2년간 연수를 받았죠.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조 교수는 1994년에 삼성서울병원이 개원한 뒤 장기이식센터를 설립하고, 수십 년간 센터장을 맡으며 간이식 수술을 주도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간이식 수술 자체가 많지도 않았지만,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경험과 기술적인 면에도 격차가 컸던 것도 사실이었죠. 하지만, 이제 대한민국 간이식 수술 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네팔 등지에서 조재원 교수로부터 간이식술을 배워 갔으며, 서구권에서도 간과 관련된 전문 기술을 익히기 위해 조 교수를 꾸준히 찾고 있습니다.
“특히, 생체 간이식 분야에서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최고 수준입니다.”
단적인 예로 2005년에는 불과 10여 년 전에 뇌사자 간이식 술기를 조재원 교수에게 전수했던 존스 홉킨스 대학교의 장기이식팀 교수들이 조 교수를 찾아와 생체 간이식 술기를 배워가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생체 간이식 기술이 발전한 배경에는 조금 특별한 사정도 있는데요.
“동아시아에서는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서구에 비해 뇌사자 간이식보다는 생체 간이식 비중이 높아요. 서구에서는 뇌사자 간이식 비율이 70% 정도이지만, 한국에서는 뇌사자 간이식 비율은 30% 정도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모두 생체 간이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체 간이식 술기가 더 발전할 수밖에 없었죠.”
간이식은 뇌사자 간이식과 생체 간이식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뇌사자 간이식은 뇌사 상태로 사망한 사람의 간을 적출하여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장기 기증에 대한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장기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 생체 간이식입니다. 생체 간이식은 살아있는 사람의 간의 일부를 절제해서, 환자에게 이식합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간의 놀라운 재생률에 있습니다. 간은 30%만 남기고 잘라낸다고 해도, 길어도 1년 정도면 원래의 크기로 다시 자라납니다. 성인이 되어도 우리 몸에서 가장 왕성하게 성장할 수 있는 장기 중 하나이거든요.”
간 기증자의 건강하고 빠른 회복을 돕는, 복강경 수술

전 세계에서도 대한민국의 생체 간이식 술기가 특별한 이유는 하나 더 있는데요. 바로 ‘복강경 수술(腹腔鏡手術)’입니다. 여러 장기 중에서도 간에 적용되는 복강경 수술은 복부에 작은 구멍을 통해 카메라와 수술 기구를 넣어서 간을 절제하는 수술법인데요. 주로 생체 간이식 수술에서 건강한 간을 기증하는 공여자에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일반 수술과 달리, 장기이식 수술에서는 두 사람이 존재합니다. 기증자와 수혜자이죠. 생체 간이식 수술에서 간을 기증하는 사람은 주로 4촌 이내의 가족이나 친척이 되는데요.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기증을 결정했지만, 수혜자인 환자는 물론 기증자의 건강까지 보살피는 것이 의사의 의무입니다. 수술 시 기증자의 고통을 줄이고 수술 후 기증자가 원래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죠. 복강경 수술의 출발점과 도착점은 모두 여기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복강경 수술 이전에는 배를 가르는 개복 수술을 거쳐 기증자의 간 일부를 절제해야만 했는데요.
“개복 수술을 하면 명치부터 갈빗대까지, 20~30cm의 길이로 ‘L’ 형으로 배를 크게 갈라야만 해요. 그만큼 수술 후에도 통증이 심하고 회복에도 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족을 사랑하니까 기증에 응했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요.”
이에 비해 1~2cm 크기의 구멍을 내서 집도하는 복강경 수술은 절개 범위가 작아 고통이 적고, 진통제도 개복 수술 때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회복 속도도 빨라서 빠르면 일주일 정도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도 하죠.
“또 다른 장점은 개복 수술은 흉터가 크게 남을 수밖에 없는데, 복강경 수술은 흉터가 무척 작아요. 그것도 벨트 라인 아래로 해서 비키니를 입어도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어요. 아무래도 기증자는 건강한 사람 중에서 찾기 때문에, 환자의 자녀 등 젊은 분들이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직 결혼 안 하신 분들도 계시고요. 그런 분들을 고려하는 복강경 수술은 기증자의 신체적, 정신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던 초기에는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을 함께 시행하기도 했는데요. 점차 복강경 수술 술기가 발전하면서, 이제는 복강경 수술만으로 기증자의 간을 절제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복강경 수술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기술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고난도의 수술이라는 것인데요. 다행인 것은 한국은 수많은 경험과 고난도의 기술을 축적하여, 복강경 수술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선도한 국가이며, 조재원 교수는 그 중심의 일원이라는 점입니다.

신뢰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람처럼 움직이는, 간이식 수술팀
생체 간이식도, 뇌사자 간이식도, 장기이식 수술은 기증자와 수혜자, 두 명이 수술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다수의 의사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데요. 간이식 수술에서도 팀의 구성은 필수적이며, 팀원 간의 협조는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기증자의 간을 절제하는 의사가 있어야 하고, 수혜자에 간을 이식하는 의사도 필요하니까,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수술이겠죠? 그런데 이때 기증자와 수혜자, 두 개의 수술대를 맡고 있는 의사들이 서로를 잘 알고 계속 손발을 맞춰온 한 팀이어야만 수술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간을 이식할 때는 담관, 문맥, 정맥 등을 자른 후 다시 연결해야 하는데, 이들을 자르고 매듭을 맺는 방법까지 팀원들은 합의와 훈련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뇌사자의 간을 적출할 때는 특수한 저장용액에 적출한 간을 담아 4도 이하로 냉장 보관을 해서 수혜자가 있는 병원으로 빠르게 운송해야 하는데요. 이때 간에 피가 공급되지 않는 허혈 시간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출된 간이 도착하는 시간에 정확히 맞춰 수혜자의 수술을 준비하는 일도 수술의 성공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팀원 간에 시간을 긴밀하게 조율해야만 하죠.
“당연히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겠죠? 생체 간이식 수술 시에는 이웃한 수술실 두 곳에서 동시에 수술을 진행하는데요. 팀도 두 개조로 나뉘어 두 수술실에 각각 들어갑니다. 뇌사자 간이식 때는 기증자와 수혜자가 서로 다른 지역에 있을 아닐 가능성도 큰데, 그러면 기증자가 있는 병원까지 우리 팀의 의사들을 보냅니다. 다른 병원의 의사를 못 믿거나, 그곳에 훌륭한 의사가 안 계셔서가 아니에요. 나와 손발이 맞고,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팀원이 다른 수술실에도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는 조재원 교수가 28년간 몸담았던 삼성서울병원을 퇴임하고 2022년 삼성창원병원으로 부임하면서 이지수 교수를 초빙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지수 교수는 조 교수와 함께 삼성서울병원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동료이자 조 교수의 제자이며, 무엇보다 조재원 교수의 뒤를 이어 앞으로 대한민국의 간이식 수술을 이끌어 갈 차세대 리더로서 인정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조재원 교수의 또 다른 제자인 안성효 교수까지 합류해서 삼성창원병원 장기이식센터의 팀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의사의 사명감으로 내려온 창원, 최고의 자부심으로 지키는 창원
간이식 수술계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조재원 교수는 오래전부터 후배 양성에 열정을 보였는데요. 조재원 교수가 국내 의사들은 물론 다른 국가의 의사들에게까지 적극적으로 간이식 수술법을 전파하는 이유는 ‘치료의 중심은 환자가 돼야 한다’는 조 교수의 원칙과 닿아 있습니다.
“의사는 모든 판단과 행동의 기준을 환자에게 두어야 합니다. 환자에게 필요한 최선의 치료를 제공하는 것만 집중해야 해요. 절대 의사 개인의 욕심이나 이익이 개입되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어떤 약을 쓸 것인지, 어떤 시술을 적용할 것인지, 모든 것은 환자에게 적합한 것인지를 먼저 고려한 후에야 결정해야 합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임한 이후에 평안한 노후를 누리기보다 다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삼성창원병원으로 부임한 이유도 동일합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저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너무 많았어요. 그리고, 환자들이 여전히 서울에만 집중되는 것을 보면서, 의료 인프라의 불균형도 바꿔보고 싶었어요.”
서울과 다른 지역 사이의 의류 수준에 격차가 있던 때도 예전에는 분명 있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통신 기술이 발달하고 학회 등 의료인들 사이에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그러한 격차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의사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환자들만 아직 모르죠.”
삼성창원병원이 조재원 교수에게 익숙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것도 이곳으로 부임한 또 다른 이유가 되었는데요. 삼성창원병원은 삼성서울병원, 강북삼성병원과 함께 삼성그룹 소속의 의료기관으로, 3개 병원은 밀접한 협력체계를 유지하며 동일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환자, 그리고 환자를 간병해야 하는 가족들이 원래 살던 지역을 떠나지 않고 치료를 이어갈 수 있다면, 심리적 안정은 물론 경제적인 이유로도 최선의 방법입니다. 이것을 내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환자를 위해서는 저도 우리 팀도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거예요. 훌륭한 팀원들과 함께 삼성창원병원의 장기이식센터를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간이식 수술 병원으로 만들어갈 각오입니다. 그게 제 인생의 마지막 목표가 되겠네요.”